[경기중앙신문]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김윤석 교수

우리는 지금 한창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얘기들 한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왜냐하면, 이전의 산업혁명을 통해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일컬어지는 인공지능이 눈부시게(?) 활약하는 세상의 중심에 우리 인류가 서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 내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 자체는 물론, 관련된 분야에서부터 그 세부 내용에 이르기까지 아직은 명확하게 정의되거나 정리된 것이 없다는 것 또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마주하고 있다.

2016년 독일의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한지도 벌써 8년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아직도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진입과 그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한창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것이라는 많은 기대도 있었지만, 인공지능이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고 인류를 지배하는 기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불안을 동반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은 빠른 컴퓨터 속도로 수없이 많은 반복적 작업을 통해 높은 정확성과 빠른 판단을 할 수 있어 머지않은 장래에 인간지능을 능가하는 특이점(Singularity)을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미래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산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5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5차 산업혁명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산업혁명인지, 이전 단계인 4차 산업혁명과의 연속성을 가진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어떤 연유로 5차 산업혁명이 거론되는 것일까. 5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는 미래학자들에 따르면, 인공지능으로 인한 혁명과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무한한 가능성, 그리고 산업의 현장에서 인간과 기계의 융합 등을 일컬어 5차 산업혁명으로 거론하기도 하지만, 이를 우리 인류사회의 커다란 전환점이자 마지막 산업혁명이 될 수도 있는 5차 산업혁명으로 부르기까지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쯤에서, 우리 인류의 산업혁명을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보자. 증기기관이라는 동력(power)의 발명에 따라 생겨났던 1차 산업혁명은 기계화 혁명이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석유로 대변되는 에너지(energy) 혁명으로서 대량생산 및 자동화를 촉발시켰다.

또한 1970년대에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에 따라 디지털(digital)로 대별되는 정보화의 3차 산업혁명을 경험했고, 데이터(data) 기반의 디지털, 바이오와 물리학 사이의 모든 경계를 허물어 융합 기술 혁명으로 불리우는 4차 산업혁명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되어 마무리되기도 전에 이미 거론되고 있는 5차 산업혁명은 과연 무엇이며, 우리 인류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 미래학자들이 말하는 5차 산업혁명은 이전 산업혁명의 결과물에 인간적인 요소를 추가하여 인간과 기계의 공존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또한 5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이 공존하는 휴먼테크놀로지로서 산업혁명이 더 이상 물질 중심이 아닌, 인간성 회복에 방점이 있는듯하다.

5차 산업혁명의 시발은 유럽연합(EU)이 2019년에 발표한 인더스트리 5.0이 근간이 되었다. EU가 주장하는 5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개념으로서,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존의 개념을 확장해 지속가능성(sustainable), 인간중심(human-centric), 탄력성(resilient)의 3대 핵심 요소를 특성으로 한다.

이는 곧, 산업으로 인한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지속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산업에서 인간중심 접근 방식은 인간 삶의 질 향상과 인간 중심의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탄력성은 실패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5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새로운 기술로 거명되는 것 중에는 미래학자들이 한결같이 최우선 순위로 꼽고 있는, 인공지능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양자컴퓨터이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는 할 수 없는 즉, 슈퍼컴퓨터로도 100만년이 걸리는 계산을 1초에 해낼 수 있는 컴퓨터라고 알려진다. 이전에 없던 속도와 효율성, 그리고 정확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양자컴퓨터가 인공지능 영역에 적용될 경우 혁신을 넘어서는 발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 인류가 이전의 몇 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을 경험하면서 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은 매우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 또한 그 결과로 말미암아 인류에게 수많은 편익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편리하고 발전된 문명의 지구촌을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업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화석연료로 인해 지구환경을 오염시키고 결국 환경파괴로 이어져 지구 온난화와 같은 지구적 위기 상황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 전 지구인이 느끼는 공통된 인식임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와 같은 지구적 상황에서 맞이하게 될 5차 산업혁명은 우리 인류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인류의 공존과 번영 그리고 지구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인간성 회복과 전 지구적으로 환경파괴의 주범인 탄소중립을 통해 지구환경을 보존함으로써 공생이라는 궁극적 목적과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5차 산업혁명은 인간 중심의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변화가 그 핵심이 되어야 하며, 수백 년 동안 이윤과 효율만을 중시해 온 그간의 산업 질서가 인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5차 산업혁명을 통해서 4차 산업혁명의 모든 기술적, 제도적 성과들을 인류와 지구의 공생을 위해 활용하는데 마지막 방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김윤석 교수 약력]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학사)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대학원 졸업(석사)

미국 Oregon State University 전기공학과 졸업(박사)

(현) 미래가치전략연구원 원장

(현)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