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栗田 염 필 택 [문학,시인]

아름다운 이별          [栗田 염 필 택]

선선히 허공을 맴도는 낙엽의 마지막 나래짓

다정스럽게 속살대는 갈대의 넉넉한 손짓

포사론 햇살에 웃음 짓는 국화의 눈짓

순한 바람결 따르는 억새의 춤사위

스스로 기색조차 없이 익어간다

모두 기척도 없이 깊어간다

끝내 흔적 없이 떠나간다

그렇게 넉넉하게 익어 베풀다가

조용히 떠나갈 수 있다면

빚진 것 하나 없이

홀가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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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가을이 화려한 자태를 뒤로하고 쓸쓸히 퇴장하려는가 보다.

자연의 섭리가 기색도, 기척도, 흔적도 없이 익고 깊어 떠나가듯이 세상 만물이 정반합(正反合)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을 통해 실체가 사라지고 영원한 것이 없는가 보다.

실체가 있으면서 없고, 없으면서 있듯이 있는 듯 없는 듯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베풀고 홀가분하게 돌아갈 수 있으면 최고의 행복일 것이다.

마지막 연의 문장부호는 삶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형상화해 보았다.

생의 마지막 날에 물음표보다는 느낌표를 찍고 돌아가는 삶을 살아내길 바라면서….

<프로필>

염필택: 경기 안산 출생. 수원에서 성장. 공주교대를 거쳐 협성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雅號로는 성장지 栗田(시, 수필)과, 출생지 陽村(시조)을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음.

시, 시조, 수필 부문에 등단하였고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대한시문학협회 및 한양문인회에서 활동 중임.

시집 「살다 보니 사노라니」와 시조집 「바람의 속내」가 있으며, 동인지 <토방구리>, <꽃다리>, <옹이> 등에 참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