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홍정기 [경영학박사]

민주의 회복(1)

그야말로 독서의 계절이다. 그러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가 고민이다. 서점에 가도, 도서관에 가도 딱 짚히는 책이 없다. 언론이나 유튜부에서 광고하는 도서를 살펴본다. 그런 책들은 자신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처음부터 자신에게 어울리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자신의 직업과 취미와 관련된 도서를 집어든다. 그리고는 지은이 소개와 서문, 목차들을 살펴본다. 그다지 거부감이 없다면 목차에 따라 흥미있는 부분을 읽어 보는 것이다. 독서는 누군가 하나의 프로젝트 혹은 프로그램이라고 하였다. 앞으로 자신이 읽어 나가야 할 독서목록을 만들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 적합하고 어울리는 책을 선정하고, 그와 연관되고 유사한 혹은 유사하지 않은 도서를 선택하는 것이다.

한때 [민주] 라는 이름이 꽤 유행하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이름이 예쁘기도 하고, 잘 인지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민주] 라는 이름이 많이 불리워졌다. 그러나 너무 많은 [민주] 가 등장하다 보니 혼란이 왔다. 민주주의는 기원전부터 등장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기원전 많은 철학자들이 [민주주의] 에 대하여 역설하였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뿌리 내리기까지 이름 모를 많은 철학자와 사상가의 희생이 있었다. 왕권과 제후의 권력 앞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폭풍우 앞에 놓인 촛불과 같은 것이었다. 씨족국가에서 부족국가로 발전되면서 [민주주의] 는 심하게 흔들렸다. 영토를 보존하고, 혹은 확대하기 위해서 국가는 병사와 곡식, 무기 등이 필요하였다. 가장 좋은 방식은 국가를 다스리는 왕이 백성으로 하여금 기꺼이 국가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할 수 있도록, 혹은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서 백성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정치를 잘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훌륭한 대신과 인재가 필요하였다. 왕을 보필하는 신하들은 왕과 더불어 논의를 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늘 한 의견에 대한 반대가 있었고, 누구의 제안에는 끊임없이 비판이 존재하였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시간이 많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다수결] 방식이다. 어느 의견에 대하여 찬성이 반대 보다 많은 쪽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렇게 채택된 안건은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려웠다. 어느 대기업에서 내년도 사업 아이디어로 [A 어젠다] 가 등장했을 때 꽤 많은 반대가 있었다. 그러자 어느 경력이 풍부한 인사가 그 아이디어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예단하였고, 결국 시행한 후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였다.

한민족의 기원전 초기 삼국시대의 부족국가 신라에는 [화백제도] 라는 의사결정시스템이 있었다. 이 제도는 [만장일치] 에 의하여 의견을 채택하는 것이었다. 신라는 한민족의 크고 작은 수많은 부족국가 중 가장 긴 역사를 강구하였다. 현재 천년의 고도 경주는 그 자체로 오랜시간의 역사를 기념하고 있다. 신라는 삼국을 통일하고도 적지 않은 번영을 누리기도 하였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에는 여러가지 비범한 제도가 있었다. 그중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웠던 [화랑도]가 있다. 어리거나 젊은이들로 구성된 남녀집단으로, 그들은 유명한 사찰이나 명승지에 가서 머물면서 학문을 배우고. 도예를 닦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었다. 집단군무를 연습하고 공연하기도 하였고, 문장이나 서예, 그림을 통하여 서로 겨루고, 토론하며, 집단지성을 키웠다. 이렇게 성장한 화랑은 이후에 국가의 주요 벼슬이나 관직에 올랐다. 이들은 왕을 중심으로 모여 중요한 정부 정책을 의논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였다. 신라시대 건국 전후의 [화백제도] 는 한민족의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뿌리와 같다. 만장일치 제도는 [다수결]에 의해 거부된 소수자의 의견을 보호하고 지지하였던 것이다.

현대의 많은 국가들은 과도한 성장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최근 전세계 국가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최고 선진국들의 위상은 매우 저조하다. 가까운 예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GNP를 구가하고 있는 국가에서 시민의 삶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 국가의 특징은 오랫동안 독재에 의한 압축 및 초고속 성장과 깊은 연관이 있다. 지구상에 무겁게 드리워진 자연재해, 탄소문제, 물 부족, 대규모 화재, 지진과 해일, 강력한 태풍의 피해 등은 우연히 등장한 것이 아니다. 현생 인류의 자신감, 우월성, 자부심 등의 결과가 자만심으로 변질된 것이다. [빨리빨리] 가 대한민국의 국가적 번영의 핵심 용어라고 말하는 외신들이 많다. 빠른 것은 좋은 것이다. 이미 합의가 되어있고, 경로가 확실하고, 그것의 결과로 어떤 후유증이 없다고 하면 말이다. 대부분 현대 국가가 활용하는 선거제도와 같은 [다수결]이 가진 장점은 많다. 빠르게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다수사람들의 입장이 반영되고, 모든 사람의 의견을 종합하기에는 시간낭비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