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栗田 염 필 택  [문학,시인]

거꾸로 사랑  [栗田 염 필 택]

좋은 사람을 사랑하는 게 무슨 사랑이람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지

당연한 것을 사랑하는 게 무슨 사랑이람

선을 넘고 도를 지나 사랑하는 것도 사랑이지

거꾸로 가다가 깨지고 다치면서

아파하고 목도 메이며 베푸는 것이 사랑이지

가자, 튼튼한 심장을 치켜들고

거스르는 연어의 설레임을 찾아 떠나자

찾자, 눈은 지상으로 내리뜨고

풋내나는 개똥참외의 눈짓도 보듬으러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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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요즘 생활방식과 주거환경이 바뀌어 개똥참외를 발견하기는 여간 드문 일이 아니다. 뜨거운 햇살이 헐떡이게 하던 지난 어느 여름날 시인은 잔디밭 한구석에 어린애 주먹만 한 개똥참외가 맺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개똥참외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너무도 답습(踏襲)되고 순치(馴致)된 사랑에만 익숙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가끔은 기존의 규칙과 질서를 넘어선 사랑이 역사를 다시 쓴다는 생각이 든다. 민중에 대한 사랑이 기존의 질서에 저항했던 임꺽정, 홍길동, 장길산 등 무수한 민초들의 애환을 묵과할 수 없어 저항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민중을 사랑하는 튼튼한 심장을 치켜들고 서민들의 애환을 보듬을 자애로운 눈길로 소외된 “개똥참외”에게 사랑을 베풀 초인(超人)의 출현을 오늘도 고대해 본다.

<프로필>

염필택: 경기 안산 출생. 수원에서 성장. 공주교대를 거쳐 협성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雅號로는 성장지 栗田(시, 수필)과, 출생지 陽村(시조)을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음.

시, 시조, 수필 부문에 등단하였고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대한시문학협회 및 한양문인회에서 활동 중임.

시집 「살다 보니 사노라니」와 시조집 「바람의 속내」가 있으며, 동인지 <토방구리>, <꽃다리>, <옹이> 등에 참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