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栗田 염 필 택 [시인,문학]

호모디지쿠스의 숙명          [栗田 염 필 택]

가면을 쓴 문자는 브레이크도 없이

4차원의 세계를 넘나들며 일탈로 치닫고

언어는 페로몬을 풍겨가며

합종연횡의 짝짓기를 증폭시켜 나아간다

네모의 공간을 치열하게 유영하며

낱글자를 솎아낸 축약의 당김과 획의 숙청으로

내 덕이, 네 덕을 넘어 바벨탑을 쌓아가며

거침없이 산맥을 벗어나고 강을 뛰어 건너

자신들만의 경전 마디마디에 의미를 굳혀 간다

도파밍을 향한 끊임없는 충성 경쟁

기껍게 나섰으나 모항조차 잃은 난파선

역풍이 거세게 몰아치는

SNS 바다를 향한 스몸비족들의 일방통행은

카인의 후예들에게 예정되었던 천형이런가

호모디지쿠스는 오늘도 레테의 강변을 서성인다

문명은 스몸비의 손안에 갇히고

손가락만의 난타 연주에 망나니가 추는 춤사위가 되어

인간이 디지털 아바타로 전락하고

디지털 아바타가 인간으로 행세하는 세상

숏폼에 길들여진 뇌세포는 팝콘을 튀기고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혼돈의 수렁이 깊어만 간다

웃픈 이생망!

흠, 좀, 무!

흠, 좀무!

흠좀무!

ㄹㅇ?

ㅜㅜ

<시작 노트>

▶ 도파밍: 즐거움을 위해 도파민이 나오는 행동이면 무엇이든 하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

▶ 스몸비: 스마트폰 좀비의 준말

▶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

▶ 흠좀무: 흠 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서운데요의 줄임말

▶ ㄹ ㅇ: 레알의 초성 즉 정말, 진짜를 의미하는 신조어

요즘 정보화시대를 구가하고 찬양하나 디지털에 의존한 신인류인 호모디지쿠스는 정체성을 잃고 자신들이 이룬 문명의 편리성에 자신들의 문화가 퇴보되는 아이러니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어의 축약과 당김을 위한 획의 생략은 신조어의 난무를 불러오고 세대 간의 소통을 저해는 지경에 빠져들고 있다.

신세대의 대명사인 스몸비족들이 길거리를 영혼이 없이 좀비 모양 흘러 다니는 작금의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시편이다.

디지털 문명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세세히 따져보고 슬기롭게 대처하여 인간의 존엄성 수호 및 순기능의 극대화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밝게 이끄는 지혜가 시기이다.

<프로필>

염필택: 경기 안산 출생. 수원에서 성장. 공주교대를 거쳐 협성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雅號로는 성장지 栗田(시, 수필)과, 출생지 陽村(시조)을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음.

시, 시조, 수필 부문에 등단하였고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함.

시집 「살다 보니 사노라니」와 시조집 「바람의 속내」가 있으며, 동인지 <토방구리>, <꽃다리>, <옹이> 등에 참여함.